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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산’ 스위스 치즈?
미국; 치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치즈를 생산하는 나라는 어딜까?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미국이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치즈 생산량의 25%가 미국에서 생산된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세계 최대 치즈 생산국이긴 하지만 미국은 치즈 수출국 순위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
즉, 그 많은 치즈가 거의 대부분 미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음식에 치즈가 들어간다. 유럽인들이 처음 미국에 건너왔을 때 치즈를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미국의 치즈는 미국 이민 역사와 그 시작을 같이 한다.
‘미국 치즈는 저렴한 가공 치즈가 전부’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식품업계에 부는 ‘지역 농산물(Local food)’ 바람을 타고 이제는 ‘우리 동네 장인이 만드는 신선한 치즈’로 한창 이미지 변신 중이다. 낙농업으로 유명한 위스콘신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 200여 개 농장에서 장인들이 개성 있는 명품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치즈
지인들에게 결혼해서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필라델피아로 가게 됐다고 하니 모두 하나같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에 그 필라델피아?’라고 되물었다.
필라델피아는 한국인에게 안흥-찐빵, 이동-갈비 식으로 크림치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됐나 보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중간 지점 쯤에 위치한 미국의 첫 수도 필라델피아는, 하지만 크림치즈의 원조 도시는 아니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생산하는 크레프트 사에 따르면 1872년 필라델피아가 아닌 뉴욕의 한 유제품가공업자가 실수로 크림치즈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아서 이를 제품화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뉴욕에서 만들어진 크림치즈를 필라델피아라고 이름 붙였을까? 사실 필라델피아는 우리로 치면 전라도 전주쯤 되는 미국의 전통 있는 맛의 고장으로, 미식(Gourmet) 문화가 특히 발달했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 ‘빅 애플’ 뉴욕 하는 식으로 필라델피아는 ‘레스토랑 시티’로 불린다. 그 손맛 좋은 필라델피아 요리사의 이미지를 훔치고 싶었던 크레프트 사가 전략적으로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라고 이름 붙였던 것.

새댁; 치즈
필라델피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지 한달 남짓. 매일 세 끼 밥을 차려내면서 요즘처럼 음식의 힘을 실감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른 아침, 부엌에 가만히 앉아서 보글보글 김치찌개 끓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엄마 젖을 빨고 있는 듯, 안도감이 든다. 입에 착 붙는 새큼한 김치 한 점을 밥 위에 척 얹어 먹으면, 문 밖이 서울 같다.
나에게 김치가 애틋하듯, 미국인에게는 치즈가 그러하다. 한식의 김치처럼 마늘처럼 약방의 감초마냥 미국 음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치즈다. 자연스럽게 치즈는 이제 막 미국 살림을 시작하는 나에게도 필수 장보기 아이템이 됐다.
며칠 전 남편 점심 샌드위치에 넣을 치즈를 사러 집 앞 유기농마트 ‘홀푸드’를 찾았다. 치즈 코너에 도착한 순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나뭇등걸만한 통 치즈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광경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요리조리 둘러보아도 수 백 가지가 넘는 제품 중에 남편의 점심 샌드위치용으로 적당한 게 도대체 뭘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통 치즈를 솜씨 좋게 자르고 있던 치즈 코너 총각을 불러 세우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me: 샌드위치에 넣을 치즈로 뭐가 좋을까요? 영 모르겠네요.
him: 샌드위치 안에 뭘 넣으실 건데요?
me: 아…… 글쎄요……. 로메인이랑, 햄, 오이 정도가 들어가지 않을까요? (사실 생각해보지 않았음)
him: 그 재료를 넣어서 차가운 샌드위치로 만드실 거죠?
Me: 아……. 아마도 그렇겠죠? (역시 고민해보지 않았음)
him: 제 생각에는 질 좋은 유기농 스위스 치즈가 좋을 것 같네요.
me: 스위스산 어떤 종류의 치즈를 말씀하시는 거죠?
him: (당황한 듯) 스위스 치즈는 치즈의 한 종류예요.
미국에서는 미국산 에멘탈 치즈를 스위스 치즈라고 부르거든요.
버지니아에 농장에서 장인이 손으로 만든 이 제품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me: 아…… 네……. 한 조각만 싸주세요…….
치즈 코너 총각이 마지막으로 덧붙이길 이 마트에는 젖소, 염소, 양, 버팔로 등 그 원유 종류에 따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 생산국에 따라, 체다, 스위스, 모짜렐라, 고다, 브리, 까망베르 등 치즈 종류에 따라 총 250여가지가 넘는 치즈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산’ 스위스 치즈를 비닐봉지에 넣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미국에서 잘 먹고 잘 사려면 치즈에 대해 잘 알아야겠구나!”
다음 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the New American Cheese』라는 치즈 입문서를 구입, 본격적인 치즈 공부를 시작했다.

About the author 김정윤
3년간 리빙 잡지 『레몬트리』 에디터로 일하며 ‘취향 있는 여자’로 성장하다. 유학생과 결혼 후 도미, 현재는 ‘레스토랑 시티’ 필라델피아에서 석사 진학을 준비하며 미국 치즈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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