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거나 몸이 아플 때,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음식이 바로 ‘죽’이다. 그러나 이제 죽은 유동식, 보양식을 넘어서 하나의 메뉴로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에는 카페 같은 깔끔한 분위기와 인테리어로 죽 전문점을 고급화한 곳이 있다. ‘대여(大汝)’는 1983년 개업한 이래 25년째 죽이라는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전통있는 죽 집이다. 가게는 작은 편이지만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보통의 음식점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수선하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밝은 조명 아래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흡사 커피숍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이 가게는 죽뿐만 아니라 각종 주스류, 다양한 커피 등의 음료도 판매하고 있어 약속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대여의 가장 특별 메뉴는 바로 전복죽. 그 중에서도 (특)전복송이죽(2만원)은 가격은 비싸지만 전복이 거의 한 마리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과 맛 모두 최고다. 진한 죽을 만들려면 특별한 정성이 필요하다. 죽은 재료맛이 그대로 살려야 하기 때문에 “웃돈을 줘서라도 최상품만을 써야 제맛이 난다”는 게 이 집의 경영방침이다. 실제로 가게에서는 전복을 키우는 수족관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직접 잡아서 죽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쌀은 죽 특유의 엉기는 맛이 잘 살아나는 정읍산을 쓴다. 완도에서 살아있는 채로 공수해 온다는 전복 또한 정성이 필요한 재료다. 이들 둘이 만나 어우러진 전복죽이 이 집의 대표메뉴다.


비싼 전복 한마리가 거의 다 들어가는 특전복죽은 아시는 분들만 찾는 단골메뉴다. 이문을 남기기보다는 서비스해드린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호텔에서 파는 비싼 전복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살아있는 전복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하다. 전복이 질기면 죽은 재료를 쓴 것이기에, 비싼 돈 주고 사먹을 필요가 없다.
전복죽 외에도 여성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죽, 남성들이 속풀이용으로 즐기는 시원한 버섯굴죽, 새우죽, 야채죽, 닭죽, 심지어 호박죽, 팥죽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죽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보통 음식점에서 플라스틱이나 스틸로 만들어진 컵에 물을 주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물도 와인 잔 같은 유리컵에 담아준다. 따뜻한 물이 컵에 담겨 나오면 왠지 레스토랑에라도 온 기분이 든다. 밑반찬은 젓갈, 우엉조림, 숙주나물, 김치로 작은 하얀 그릇에 따로따로 담겨져 나온다. 그리고 입맛을 돌게 하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물김치가 함께 제공된다. 반찬 중에서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는 우엉조림이 죽과 잘 어울린다. 숙주나물은 참기름으로만 간을 하고 소금을 거의 넣지 않아 삼삼하다.
버섯굴죽은 야채와 버섯, 굴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며 영양가도 높아서 인기라고 한다. 야채로는 시금치가 넉넉하게 들어있는데 이와 함께 부추, 미나리, 호박 등도 함께 들어있다. 싱싱한 버섯은 쫄깃하게 씹히고 풍성하게 많이 들어있다. 약간 아쉬운 점은 굴이 조금 적게 들어있다는 것. 굴을 넣었지만 해물의 비린 맛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고소하게 끓여내어 일품이다.


이곳 죽의 또다른 특징은 쌀이 퍼지거나 야채가 짓눌리지 않고 재료를 그대로 살려냈다는 데 있다. 미리 죽을 만들어 놓고 데워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끓이기 때문에 쌀의 씹히는 맛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간은 짜거나 싱겁지 않으면서도 적당해서 그냥 먹기에도 딱 알맞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가게 분위기로 인해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포장이 되기 때문에 주위 아픈 사람이 있을 때에도 활용하면 좋겠다.
오전 7시 ~ 오후 9시 영업하며, 일요일은 휴무다. 5명 이상일 경우 샴페인을 무료 제공한다. 여의도 KBS별관 뒤 태양빌딩 1층에 있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강시민 공원은 가족 나들이와 산책으로 알맞은 장소이다. 풀밭에 누워 여유를 즐길 수도 있고 한강 유람선 탑승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