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 가운데에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오래된 나무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겉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그 나무 주위를 ‘ㅁ’자 모양으로 지어진 집이 에워싸듯 들어서 있다. 그러나 나무는 집에 둘러싸여 있다기보다 집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나무가 집을 지배하고 있다기 보다, 나무의 시간이 집을 지배하고 있다. 인사동에 위치한 신옛찻집 이야기다.



집은 나무의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한옥이다. 신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서면 긴 세월 달아서 반질반질해진 툇마루의 감촉이 발 밑에서 느껴진다. 걸음을 땔 때마다 들리는 ‘삐이걱’거리는 소리는 이 집의 오래된 목소리처럼 낮고 고즈넉하다. 벽에 걸린 조각보가 바닥을 향해 늘어져 있고, 선반마다 오밀조밀한 소품들이 저들끼리 잠잠하다. 이들 역시 나무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저 자리에 머물렀을까?





자연 그대로 옮겨온 앉은뱅이 나무 테이블 위로 향이 그윽한 전통차가 날라져왔다. 향이 진한 커피나 톡 쏘는 탄산음료는 잠시 잊자. 나무의 시간 속에 머무는 동안에는 순한 맛의 잔향이 오래 가는 우리차를 음미하는 것도 좋다. 차와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독특한 문양의 떡과 한과를 맛보는 것도 이곳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또 한 방법.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시간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만났다. 이제 각자의 시간을 잊고 저 작은 소품들처럼 나무의 시간에 지배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의 시간처럼 느긋하게 세월의 속도를 달리고 있는 신옛찻집은 찻집 안에 새가 날아다니기로 유명해 새찻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웬만한 해외 가이드북에도 소개될 만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필수코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북적이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나무의 시간에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인사동 쌈지길 건너편 아트사이드갤러리와 갤러리 카페 섭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 중간에 하얀색으로 간판이 세워져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간판 뒤로 놓인 무성한 화분들 사이를 지나 막다른 골목 끝에 서면 빨간 앵무새가 맞아준다.